세상과 함께 하되 물들지 말라
권력과 명예, 이익과 사치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
그것을 가까이 하더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깨끗하다.
권모 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그것을 알더라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마음이 높은 사람이다.
아침 일찍 산책길에서 만나는 이슬 묻은 들풀의 신선함을 보면서
나는 내가 인간이기를 참으로 좋아했다.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빗줄기 속에서,
혹은 하얀 눈발 속에서 나는 참으로 인간인 것을 기뻐했다.
들풀을 만나고 빗줄기를 만나고 눈발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내가 인간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축복이 아니겠는가.
그런 것들에서는 권력이나 명예,
이익이나 사치 같은 것들이 없다.
그 모든 것들은 한결 같이 인간이 만들어 낸
허구의 몸짓들이기 때문이다.
염파(廉頗)가 벼슬에서 떨어져 고향으로 돌아 왔다.
그러자 자기 밑에서 놀던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 버렸다.
얼마 후에 염파는 다시 등용되어 장군이 되었다.
그러자 전에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찾아들었다.
염파가 그들에게 화를 내자 누군가가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허허 장군님은 어쩌면 그렇게 어리석소?
장군의 권세가 좋으면 장군을 쫓고
권세가 없으면 떠나는 것이 당연한 진리요.
무엇 때문에 화를 내시오? ”
사람들은 마치 태양을 좇은 해바라기처럼 권력과 사치,
이익과 명예를 바라보며 스스로를 부패시키기에 여념 없다.
그것들을 비껴 가며 살아가는 사람의 몸짓에서
향기로운 삶의 냄새를 맡은 것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채근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