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줍기
우리 마음이 순결하다면 얼마만큼 깨끗할 수 있을 까요.
우리 생각이 의롭다면 얼마나 높이 의로울 수 있을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 한다면 얼마나 깊이 사랑할 수 있을까요.
추수가 끝난 빈들에서 남아 있는 이삭을 줍듯이
순결과 의로움과 사랑의 이삭이라도 주워
그것으로 빈 가슴을 채우고 살아가기를 바랄뿐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다린다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요.
우리가 참을 수 있다면 어떤 일까지 참아낼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멀리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먼 앞날의 일까지 알 수 있을까요.
편지를 길게 쓴 다음 깜빡 잊은 것이 있어
덧붙이는 추신처럼 기다림과 인내와 지혜의
작은 끝자락이라도 붙잡고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 마음에 평안이 있다면 얼마나 잔잔해질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감사가 있다면 얼마나 깊이 감사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기쁨이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기뻐할 수 있을까요.
하루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 잠시 펼쳐지는 서쪽
하늘의 노을처럼, 평안과 감사와 기쁨을 잠깐씩이라도
내 가슴에 펼치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에게 희생 할 일이 있다면 무엇까지 내어놓을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용서가 있다면 어떤 사람까지 용서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겸손이 있다면 어디까지 낮아질 수 있을까요.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같이 연약한 우리들이기에
희생과 용서와 겸손의 작은 촛불이라도 켜 내 주위를
단 한 번이라도 밝히면서 살아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 출처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