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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글 긴여운

병상에 누어 보니!

by 일본어강사 2020. 6. 1.

    병상에 누어 보니! 병원에는 친지들이 입원해 있을 때 더러 병문안을 가곤 했는데, 막상 나 자신이 환자가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흔히 이 육신이 내 몸인 줄 알고 지내는데, 병이 들어 앓게 되면 내 몸이 아님을 비로소 인식하게 된다. 내 몸이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앓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염려하며 따뜻한 손길이 따르기에 결코 자신만의 몸이 아니라는 것이다. 병을 치료하면서 나는 속으로 염원했다. 이 병고를 거치면서 보다 너그럽고, 따뜻하고,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고, 자비로운 사람이 되고자 했다. 인간적으로나 수행자로서 보다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 지내온 내 삶의 자취를 돌이켜 보니 건성으로 살아온 것 같았다. 주어진 남은 세월을 보다 알차고 참되게 살고 싶다. 이웃에 필요한 존재로 채워져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앓게 되면 철이 드는지 뻔히 알면서도 새삼스럽게 모든 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나를 에워싼 모든 사물에 대해서도 문득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주고받으면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생사임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병상에서 줄곧 생각한 일인데 생로병사란 순차적인 것만이 아니라 동시적인 것이기도 하다. 자연사의 경우는 생로병사를 순차적으로 겪지만 뜻밖의 사고(事故)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차례를 거치지 않고 생(生)에서 사(死)로 비약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순간의 삶이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인생을 하직하더라도 후회 없는 삶이 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언제 어디서나 삶은 어차피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순간을 뜻있게 살면 된다. 삶이란 순간순간의 존재다. /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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