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지느러미
내 곁에는 거센 물살을 힘겹게 가르는
작은 친구 물고기들이 있다.
그들은 물살을 따라 내려가다가
또는 거슬러 올라가다가
몸에 생채기가 나고
한쪽 지느러미가 잘려나갔다.
우린 모두 서로에게
실오라기 한 올만큼이라도
힘이 되어줄 수 없음을 나는 안다.
다만 이 말만은 할 수 있을 듯하다.
고통의 한가운데를 늠연하게 견뎌내는
이들의 지느러미에는
아무도 범접하지 못하는 눈부심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
그것을 찾아내는 일만이
이 혼돈의 세상을 사는 보람이라고.
- 박찬순의《발해풍의 정원》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