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귀 있는 너에게
강아지나 새에게 말을 거는 일은 유치한가?
무생물에게 말을 거는 일은 박약한가?
바보스러운지는 모르나, 즐거운 일이긴 하다.
(물론 보는 사람이 없을 때 하는 짓이다.^.^)
커피를 탈 때,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한다.
그러면 정말 맛있어진다.
그러면 다시 맛있어졌구나 맛있어졌구나,
고맙다, 한다.
실수로 물건을 떨어뜨리면
그 물건에게 나도 모르게 미안해,라고 말한다.
(물론 아무도 없을 때 하는 짓이다)
살아있는 존재에게 말을 걸면,
언어소통이 안 된대도 조금 더 실감난다.
지나가는 강아지와 새에게,
춥지? 나두 추워.
바퀴벌레에게, 으악, 난 너 싫어!
(탁 쳐서 죽이며)
거미에게, 미안하지만 같이 살 수 없어.
(창문 밖으로 내몰며)
무엇에게든 말을 거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 만큼의 다정한 공기가 생긴다.
들을 귀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일은,
그러니 얼마나 더 즐거운 일인가.
‘들을 귀 있는 사람’ 말이다.
- 백은하 (글·그림작가) -